2026년 10월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 휴머노이드가 등장했습니다
로봇을 데려온 이정헌 의원은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빠른 성장세를 짚으며 (휴머노이드들은 중국 제품이었습니다), 시연 뒤에는 중국과 한국의 휴머노이드 산업 격차를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휴머노이드는 아직 주변에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 식당에서 서빙해주는 로봇 정도는 보이지만, 휴머노이드라고 하기엔 한참 멀었죠.
실제로 휴머노이드는 아직 거의 팔리지 않았습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9월에 낸 「World Robotics 2026」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전 세계에 팔린 휴머노이드는 약 7,000대라고 합니다. IFR은 이 시장이 "실험실에서 파일럿으로 넘어가는 문턱"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휴머노이드 시장은 앞으로 계속 커질까요?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7,000대짜리 시장에 쌓인 특허만 이미 26,000건(패밀리 기준)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특허로 보는 세계' 일곱 번째 주제는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특허 분석 회사 LexisNexis IP가 올해 7월에 낸 보고서 「Humanoid Robotics: What Patent Data Reveals」와 지식재산처의 IP5 집계를 바탕으로,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 로봇은 7,000대, 특허는 26,000건
LexisNexis는 휴머노이드 특허를 세 범주로 나눕니다. 인간형 몸체와 이족보행, 관절형 팔다리를 다루는 형태(Morphology), 움직임을 조율하는 제어·계획(Control & Planning), 물체를 집고 다루는 상호작용(Interaction Systems)입니다.
이 중 상호작용 특허와 제어·계획 특허는 휴머노이드만의 기술이 아닙니다. 산업용 로봇, 물류 자동화, 수술 로봇의 특허도 여기에 함께 잡힌다는 뜻입니다. 이 두 기술 범주의 특허는 201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늘어 2024년에는 각각 연 1,600건과 2,100건 안팎까지 올라왔습니다.
반면, 인간형 몸체를 다루는 형태 특허는 휴머노이드에 고유한 범주입니다. 형태 특허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연 500~700건 사이를 맴돌다가 2023년부터 급증해 2025년에는 상호작용 특허와 같은 높이에 올라섰습니다.
형태 특허가 움직인 2023년은 IFR이 짚은 창업 물결의 시기와 겹칩니다. IFR은 휴머노이드 제조사 174곳 가운데 다수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겼고, 그 창업의 물결이 생성형 AI의 돌파와 같은 시기임을 짚었습니다. AI 모델 덕분에 로봇이 시연을 보고 과제를 익히고 말로 받은 지시를 동작으로 옮길 수 있게 되서, 몸만 있으면 머리는 빌려 올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에 발전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 물량의 중국, 영향력의 미국
LexisNexis는 국가별 특허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특허를 발명자 소재지로 나누어 연도별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그래프에 따르면 2010년에는 중국 발명자의 특허가 한 해 103 패밀리로 일본(168)보다 적고 한국(104)과 같았습니다. 그러다 2015년 579건, 2016년 1,210건으로 한 해 만에 두 배가 되며 성장을 가속하더니 이제는 전세계 특허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개가 끝난 2023년으로 비교하면(그 이후는 18개월 공개 지연 때문에 집계가 완전하지 않습니다) 중국 2,480건, 일본 403건, 한국 271건, 미국 245건, 독일 93건입니다. 중국 하나가 나머지 넷을 합친 것의 두 배가 넘습니다.
한편, 한국이 미국보다 많다는 점도 눈에 띄는데, 2019년 이후 거의 매년 그렇습니다.
하지만 특허는 건수만 중요한 것이 아니죠. 얼마나 강력하고 영향력이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LexisNexis는 Patent Asset Index(PAI)라는 지표로, 특허 하나하나가 뒤따르는 발명에 얼마나 인용되는지와 권리를 몇 나라에 깔았는지를 합쳐 포트폴리오의 영향력을 평가했습니다.
형태 특허를 이 지표로 보면 순위가 바뀝니다. 살아 있는 특허 수로는 중국 73%, 한국 11%, 일본 7%, 미국 5%인데, 영향력으로는 중국 63%, 미국 11%, 일본 10%, 한국 7%입니다. 미국은 수로는 4위, 영향력으로는 2위이고, 특허 한 건당 평균 영향력은 세 나라 중 가장 높습니다.
어떤 회사들이 휴머노이드 특허를 내고 있을까요? LexisNexis가 꼽은 영향력 상위 10개 조직은 화낙(Fanuc), 알파벳(Alphabet), 유비테크(Ubtech), 가와사키중공업, 중국과학원, 엔비디아(Nvidia), 스트롱포스(Strong Force), 하얼빈공업대학,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 삼성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가운데 아홉 곳(유비테크를 제외한 나머지)은 휴머노이드 특허가 전체 포트폴리오의 10%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휴머노이드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아니라, 산업용 로봇, 검색, 반도체, 수술 로봇을 하면서 휴머노이드는 곁다리로 내는 기업이라는 것이죠.
휴머노이드만 하는 회사는 따로 있습니다. LexisNexis의 휴머노이드 전문 스타트업 상위 10곳은 푸리에(Fourier), 아지봇(Agibot), 림엑스(LimX), 푸두(Pudu), 유니트리 등이고, 그중 여섯 곳이 중국 회사입니다. IFR이 센 제조사 174곳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중국에 있습니다.
🧠 로봇을 안 만드는 회사도 상위 10위에 드는 이유
휴머노이드 특허 경쟁은 로봇의 몸체 그 자체에만 있지 않습니다. 사실, 로봇의 '머리'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도 휴머노이드 및 로봇 산업의 핵심 분야이죠.
그리고 이러한 '머리' 분야의 핵심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obot Foundation Model)입니다. 카메라와 말로 받은 지시를 동작으로 바꾸는 AI 모델로, 엔비디아의 GR00T와 구글 딥마인드의 Gemini Robotics가 대표적입니다. 앞에서 본 알파벳과 엔비디아가 로봇을 팔지 않으면서도 영향력 상위 10위에 든 이유가 이것입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올해 4월 보고서에서 다섯 개 축(AI 및 SW 지능, 고정밀 부품, 양산 및 가격, 수직계열화, HRI 및 실증)으로 전 세계 휴머노이드 산업의 경쟁 구도를 설명합니다.
미국은 AI·SW 지능에서, 중국은 양산·가격과 수직계열화에서 만점이고, 한국은 고정밀 부품과 수직계열화는 4점이지만 AI·SW 지능 3점, 현장 실증 2점입니다.
보고서는 이 그래프를 이렇게 풀이합니다. 미국은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반도체로 휴머노이드의 머리를 쥐고 있고, 중국은 140개가 넘는 기업의 양산 경쟁으로 몸과 가격을 쥐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5년에 나온 새 휴머노이드 모델의 70%가 중국 회사 것이었고, 유니트리는 2024년 9만 달러짜리 H1을 내놓은 이듬해 5,900달러짜리 R1을 내놓았습니다. 보고서는 지금 대당 약 3만 5천 달러인 제조원가가 5년 안에 1만 3천에서 1만 7천 달러로 내려올 것으로 봅니다.
머리 쪽 특허도 같은 그림입니다. 지식재산처 집계로 2026년 상반기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특허는 중국 66.3%, 미국 14.1%, 한국 8.8%입니다. 몸에 해당하는 형태 특허에서 5%였던 미국이 머리에서는 14%로 올라옵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우에는 반도체·배터리·통신 인프라라는 하드웨어 기반은 있지만 AI 원천기술과 휴머노이드 전용 부품 공급망이 약하다는 진단을 내놨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액추에이터와 제어기 같은 핵심 부품은 내재화하고, 파운데이션 모델은 빅테크와 제휴해 격차를 줄이는 투트랙을 제안하면서 그 시한을 2030년으로 잡았습니다.
🧭 마무리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출발점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하나의 분야에서 세계 2위라는 자리는 아무 나라나 가진 것이 아니니까요. 비어 있는 것은 머리 분야의 기술과, 연구기관의 특허를 기업의 제품으로 옮기는 전환입니다.
7,000대 팔린 시장에 26,000 패밀리의 특허. 다른 신규 분야들이 그렇듯 휴머노이드도 시장 진입에 앞서 특허가 먼저 깔리는 중입니다. 기술 성숙도가 낮은 지금이 후발 주자에게 남은 좁은 선점 기회라고 여겨집니다.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가격은 2년 만에 9만 달러에서 5,900달러로, 자동차 값에서 노트북 몇 대 값으로 내려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 한 해에만 210만 대가 팔릴 것으로 내다봅니다. 국감장에서 로봇이 의원과 악수하고 춤을 추는 장면은 쇼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 장면이 일상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점일지도 모릅니다.
머지않은 미래, 로봇은 우리 곁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특허로 보는 세계' 시리즈는 앞으로도 비정기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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