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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로 보는 세계 (2) - 양자기술, 불붙은 IP 경쟁

특허로 보는 세계 (2) - 양자기술, 불붙은 IP 경쟁

'특허로 보는 세계' 시리즈의 첫 주제는 양자기술입니다.

양자기술은 흔히 '아직 오지 않은 미래 기술'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특허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양자기술 경쟁은 이미 연구실의 논의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한 IP 경쟁의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지난해 12월 OECD와 유럽특허청(EPO)이 함께 낸 「세계 양자 생태계 지도(Mapping the global quantum ecosystem)」를 바탕으로, 그 경쟁의 양상을 세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 속도 — 이미 시작된 경쟁

 

먼저 특허 출원 건수의 증가 속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글 내용

양자기술 국제 특허 패밀리(IPF)는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약 7배로 늘었고, 2014년 이후로는 연평균 약 20%씩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전체 기술 평균 성장률(약 2%)의 열 배에 이르는 속도로, 단순한 연구 붐이라고만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특히 여러 나라에 동시에 내는 다국가 출원이 빠르게 느는데, 이는 양자기술이 이미 '글로벌 시장 선점'을 전제로 경쟁에 들어섰다는 신호입니다.

 


 

🔀 방향 — 통신·컴퓨팅·센싱 분야의 서로 다른 전략

 

같은 양자기술이라도 세부 분야마다 IP 전략이 갈립니다. 보고서는 양자기술을 크게 통신·컴퓨팅·센싱으로 나누어 분류하였습니다. 

글 내용

세부분야별 특허 포트포리오의 특징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양자통신: 장기 인프라와 표준을 염두에 둔 '누적형' 포트폴리오. 네트워크 효과와 상호운용성이 중요한 만큼, 개별 발명보다 권리 범위의 연속성이 핵심

양자컴퓨팅: 최근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분야. 기술 경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하드웨어·소프트웨어·알고리즘 전반에서 '선점형·탐색형' 출원이 집중. 특허가 방어 수단이라기보다 미래 선택지를 미리 확보하는 수단에 가까움

양자센싱: 계측·의료·항공우주 같은 기존 산업에의 응용이 핵심이라, 범용 플랫폼보다 개별 응용에 밀착된 출원이 주를 이룸

 


 

🏢 주체 — 스타트업 < 기존 산업 플레이어

 

보고서는 전 세계 약 5,000곳의 스타트업·기업·대학·공공연구기관(PRO)을 들여다봤습니다. 그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생태계 참여 조직의 80% 이상이, 양자를 '본업으로 하지 않는' 기존 대기업·대학·연구기관
  • 양자를 주력으로 삼는 곳은 1,000곳이 채 되지 않음
  • 그럼에도 특허와 채용 공고의 대부분은 이 '비(非)본업' 그룹에서 발생

2005~2024년 양자 IPF 상위 출원인 다섯 곳을 봐도 IBM, LG, 도시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로 모두 기존 대기업입니다. 양자기술을 스타트업의 무대로 상상하기 쉽지만, 데이터는 그 반대인 것이죠.

왜 이런 구조가 만들어졌을까요? 양자기술은 아직 이렇다 할 매출을 내지 못해, 긴 연구 기간을 버틸 체력이 필요합니다. 보고서도 전문 스타트업 상당수가 외부 자금에 의존한다고 짚습니다. 실제 흐름도 그렇습니다. 신규 기업 설립은 2021년까지 빠르게 늘다 최근 정체 조짐을 보이고, 투자 역시 2021년 정점 이후 2022~2023년 줄었다가 2024년에 부분 회복했습니다. 건당 투자 규모도 작아졌습니다.

한편 이 분야가 여전히 '(기술이 아닌) 과학에 가깝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양자 스타트업 창업자의 절반 이상이 박사 학위 소지자인데, 일반 창업자의 박사 비율이 10%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입니다. 인력 구성도 기술·연구 직군에 쏠려 있습니다. 

정리하면, 전체 구도는 실험하고 연결하는 일은 스타트업이 맡되, 그 결과가 최종적으로 쌓이는 곳은 기존 산업의 포트폴리오입니다. 보고서가 '기술이 성숙했을 때 상용화를 이끌 위치에 있는 것은 결국 대형 기존 기업'이라고 본 이유이기도 합니다.




🇰🇷 한국의 위치

 

그렇다면 이 치열한 양자기술 경쟁에서 한국은 어디쯤 있을까요?

일단 국가별 IPF 출원에서 한국은 확실히 상위권 그룹에 속합니다. 보고서는 일본을 두 번째로 큰 출원국으로 꼽고, 그 뒤를 중국과 한국이 잇는다고 정리합니다.

더 인상적인 건 기업 단위입니다. 2005~2024년 전 세계 양자 IPF 상위 출원인 2위가 LG입니다. IBM 바로 다음이고, 도시바·인텔·마이크로소프트보다 앞섭니다. 한국 기업 한 곳이 글로벌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셈입니다.

글 내용
2위 LG전자, 14위 삼성

세부 분야별로 보면 양자통신에서 존재감이 뚜렷합니다. 보고서도 한국을 특히 양자통신에서 두드러진 나라로 지목합니다. 기존의 탄탄한 통신·반도체·네트워크 산업과 맞닿아 있는 분야이니 자연스러운 귀결로 보입니다. 반대로 선점 경쟁이 가장 치열한 양자컴퓨팅에서는 캐나다·영국·미국 같은 특화국에 비해 집중도가 낮습니다. 

주체 면에서도, 앞서 본 글로벌 구도가 한국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순수 양자 스타트업보다 대기업과 연구기관이 IP를 축적하는 방식인데, 참고로 순수 양자 기업(pure-play) 수를 따로 집계한 통계에서는 미국이 164곳으로 압도적이고 캐나다 59곳, 영국 56곳, 독일 48곳, 프랑스 29곳이 뒤를 잇습니다. 이 목록의 상위권에 한국의 이름은 보이지 않습니다.



 

🧭 마무리

 

흥미로운 건, 이 보고서가 양자 분야를 '폭발적 성장기에서 벗어나 더 집중적이고 성숙한 개발 단계로 접어드는 국면'으로 진단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의 승부는 '누가 먼저, 얼마나 많이 냈나'에서 '누가 그 권리를 실제 상용화로 연결하나'로 옮겨갈 것입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거대 자본과 큰 시장을 가진 나라들 사이에서 상위 출원국에 이름을 올린 한국의 성과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폭발적 선도국은 아닐지라도, 통신을 축으로 산업 기반 위에 IP를 쌓아온 방식은 한국 나름의 전략입니다. 남은 질문은 이 축적을 어떻게 확장하고, 또 어떻게 상용화로 이어갈 것인가에 있겠습니다.

'특허로 보는 세계' 시리즈는 앞으로도 다양한 기술 분야를 주제로 하여 비정기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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